공급 절벽 앞둔 수도권 물류센터, 임차인의 질이 가격을 가른다
수도권 물류센터 시장을 볼 때 이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어디에 얼마나 지었느냐가 아니다. 누가 임차하고, 어떤 물류 기능을 수행하며, 그 수요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가 자산의 가치를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년은 그 전환이 숫자로 확인된 해다. 공급은 빠르게 줄었고, 임차인은 더 선별적으로 움직였으며, 3PL과 이커머스, F&B, 제조·유통 수요는 권역별로 서로 다른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공급 둔화가 만든 임차인 중심 시장
먼저 시장의 배경은 명확하다. 2024년 수도권 신규 공급 면적은 전년 대비 33% 감소했고, 공급 건수도 95건에서 51건으로 줄었다. 단순히 한 해 공급이 감소한 정도가 아니라, 인허가 건 중 85%가 미착공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명목상 파이프라인이 있어도 실제 입주 가능한 면적은 생각보다 제한될 수 있다는 뜻이다.
| 구분 | 리포트 수치 |
|---|---|
| 2024년 수도권 신규 공급 면적 | 전년 대비 33% 감소 |
| 공급 건수 | 95건 → 51건 |
| 2만 평 이상 대형 자산 비중 | 10%p 증가 |
| 인허가 건 중 미착공 비중 | 85% |
| 2024년 수도권 물류센터 거래액 | 전년 대비 12% 감소 |
| NPL 성격 거래 비중 | 전체 거래의 약 38% |
| 외국계 자본 참여 | 총 거래의 40% 이상 직·간접 참여 |
공급은 줄고, 대형 자산 비중은 커졌다. 시장은 양보다 스펙과 임차 안정성을 묻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투자시장에도 연결된다. 2024년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고, 전체 거래의 약 38%가 경·공매, 채무인수 등 NPL 성격 거래였다. 정상적인 매수·매도자의 가격 합의보다는 구조조정성 거래가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의미다. 다만 외국계 자본이 총 거래의 40% 이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은, 조정 국면에서도 우량 자산에 대한 선별 매수는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대시장에서는 상온과 저온의 차이가 벌어졌다. 상온 물류센터는 수요가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명목 임대료가 소폭 상승했지만, 저온 물류센터는 공급 스펙과 실제 수요의 불일치로 공실 장기화가 이어졌다. 결국 2025년 이후에는 신규 공급 급감 속에서 스펙이 우수한 기존 자산의 재계약 수요와 임대료 인상 가능성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3PL이 임차 시장의 중심축으로 올라섰다
2024년 수도권 물류센터 임차 구조에서 가장 분명한 변화는 3PL 비중 확대다. 3PL은 2023년 37.7%에서 2024년 40.0%로 상승하며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커머스는 총 임차 면적이 늘었음에도 비중은 27.2%에서 25.9%로 낮아졌다.
| 업종 | 2023년 | 2024년 | 해석 |
|---|---|---|---|
| 3PL | 37.7% | 40.0% | 전체 임차 시장의 중심축으로 확대 |
| 이커머스 | 27.2% | 25.9% | 면적은 늘었지만 구성비는 하락 |
| 유통 | 수치 미제시 | 7.0% | 소폭 감소, 기업별 차별화 확대 |
| F&B | 수치 미제시 | 6.9% | 소폭 증가, 저온 수요 회복의 단서 |

3PL 확대는 단순한 외주 물류 증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해외직구, 역직구, 당일배송, 풀필먼트, 다품종 소량 주문 처리 같은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전문 위탁 물류의 역할 자체가 커졌다. 주요 임차인은 대형 물류사가 상위권을 형성했지만, 중소 물류사가 전체의 74%를 차지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시장이 대형사 중심으로만 재편되는 것이 아니라, 특화 물류와 지역 거점 운영을 맡는 중소·전문사도 함께 존재한다는 뜻이다.

택배 물동량 지표는 3PL 수요의 배경을 잘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 한때 둔화됐던 택배 물동량은 2022년부터 다시 반등했고, 2023년에는 약 22.5%, 2024년에도 16% 성장했다.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횟수는 2023년 100회를 넘어선 뒤 2024년 116회까지 늘었다.
이 수치는 물류센터 수요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소비 방식의 구조 변화에서 나온다는 점을 말해준다. 배송 빈도가 늘고 주문 단위가 작아질수록 물류센터는 단순 보관시설이 아니라 재고 배치, 피킹, 포장, 반품, 재배송을 처리하는 운영 인프라가 된다. 그래서 3PL 기업들은 더 큰 면적, 더 좋은 동선, 더 높은 자동화 대응력, 소비지에 가까운 입지를 동시에 요구한다.
이커머스는 성장하지만 모두가 성장하는 시장은 아니다
이커머스는 여전히 핵심 임차 업종이다. 다만 리포트가 보여주는 핵심은 이커머스 면적 증가와 점유율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전체 임차 면적은 늘었지만, 3PL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고 이커머스 내부 경쟁 구도가 재편되면서 비중은 낮아졌다.
이커머스 임차 면적의 내부 구성을 보면 양극화가 더 뚜렷하다. 쿠팡은 전체 이커머스 임차 면적의 55%를 차지했고, 컬리, SSG닷컴, 아워박스, 지마켓 등이 뒤를 이었다. 즉 이커머스 수요가 줄었다기보다, 상위 기업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중소 이커머스의 확장은 제한되는 구조다.
| 항목 | 리포트 내용 |
|---|---|
| 이커머스 임차 면적 비중 | 2023년 27.2% → 2024년 25.9% |
| 이커머스 내 최대 임차인 | 쿠팡 |
| 쿠팡 비중 | 전체 이커머스 임차 면적의 55% |
| 점유율 하락 배경 | 중소 이커머스 통합·폐업, 상위 기업 집중, 3PL 상대적 약진 |
온라인 소매판매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2022년 이후 성장률은 한 자릿수의 완만한 흐름으로 내려왔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회복, 팬데믹 기저효과 소멸, 여행·레저·e쿠폰 등 보관이 필요 없는 무형 서비스 매출 증가가 겹치면서 물류센터 면적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상품 판매의 탄력은 예전보다 약해졌다.
국내 이커머스 경쟁 구도 역시 물류센터 수요를 바꾸고 있다. 선두 기업은 공격적으로 물류망을 확장하지만, 후발주자와 중소 업체는 비용 부담 때문에 신규 센터 확장에 소극적이다. 그래서 전체 시장이 성장하더라도 임차 수요는 넓게 퍼지기보다 상위 사업자와 3PL 파트너에게 집중된다.
여기에 C커머스의 부상도 변수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기반 플랫폼이 2022년경부터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본격 확장했고, 2022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며 해외직구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3년에는 중국이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온라인쇼핑 해외 직접 판매액 기준 최대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C커머스는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에게는 경쟁 압력이지만, 물류 부동산에는 새로운 수요가 될 수 있다. 테무 협력사로 알려진 시바로지스가 김포한강신도시 물류센터와 장기 마스터리스 계약을 체결하고, 징둥로지스틱스가 인천과 경기 이천에 물류센터를 개설했다는 점은 해외 플랫폼의 국내 물류 인프라 직접 구축이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권역별로 임차인의 얼굴이 달라진다
수도권 물류센터는 하나의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권역별 수요 구조가 꽤 다르다. 리포트는 동부권, 서부권, 남부권, 북부권, 중부권을 각각 다른 기능의 물류 권역으로 읽는다.
| 권역 | 핵심 임차 성격 | 주요 해석 |
|---|---|---|
| 동부권 | 3PL·패션·이커머스 | 이천·용인·광주 중심의 전통 복합 물류 거점 |
| 서부권 | 이커머스·3PL·유통·제조 | 인천항, 해외직구·역직구, 김포·시흥·안산 제조 수요 |
| 남부권 | 3PL·이커머스·제조·유통 | 안성JC 주변 제조·유통 대형 임차 수요 |
| 북부권 | 이커머스·출판·F&B·제조 | 고양·파주·남양주 중심, 출판 자가 물류 비중 높음 |
| 중부권 | 3PL·택배·유통 | 군포·의왕 중심 수도권 중계 물류 허브 |
동부권: 전통 물류 거점의 프리미엄
동부권은 이천, 용인, 광주를 중심으로 대형 복합 물류센터가 밀집해 있다. 대부분 업종에서 높은 임차 비중을 보였고, 신규 공급이 제한된 지역이어서 임대료 상승 압력이 존재한다. 3PL과 이커머스 물류센터는 덕평IC, 양지IC 등 영동고속도로 인근에 주로 분포하고, F&B는 이천과 덕평IC·호법JC 인근에 밀집했다.
동부권의 강점은 단순히 오래된 물류 권역이라는 데 있지 않다. 수도권 남동부와 강원·충청 방향을 잇는 교통축, 대형 자산의 축적, 다양한 업종의 공존이 결합되어 임차 대체 가능성이 낮은 권역이 됐다. 신규 공급이 제한될수록 이 같은 기존 우량 입지의 협상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서부권: 이커머스와 해외 물류의 관문
서부권은 2024년 기준 이커머스 임차 비중이 가장 높은 권역이다. 인천항과 수도권 접근성을 동시에 갖춘 입지 덕분에 해외직구·역직구 물류의 전략적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천에서는 대형 이커머스 임차가 활발하고, 김포에서는 C커머스 관련 협력사의 움직임이 확인된다.
서부권은 제조업 수요도 함께 갖는다. 시화 MTV와 시흥·안산 산업단지 인근에는 생산과 물류 기능을 단일 권역에서 통합하려는 수요가 몰린다. 이 때문에 서부권 물류센터는 이커머스 전용 거점으로만 보기보다 항만, 산업단지, 소비지 접근성을 함께 파는 복합 권역으로 봐야 한다.
남부권: 제조와 유통이 만드는 대형 수요
남부권은 3PL과 이커머스 비중이 높지만, 권역의 특징은 제조업 기반 수요에 있다. 경부고속도로와 평택제천고속도로 접근성이 좋은 안성JC 인근에는 BMW와 삼성 계열 제조사들의 대규모 물류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다이소 등 대형 유통 기업의 신규 임차도 활발하다.
다만 남부권은 유통업체 중 홈플러스 물류센터 비중이 높아 향후 변동성을 살펴야 한다. 반대로 최근 올리브영이 안성 대덕센터에 입주하며 코스메틱 비중이 늘었다는 점은, 남부권이 제조·유통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소비재 물류까지 흡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부권과 중부권: 자가 물류와 중계 허브의 대비
북부권은 이커머스 임차 비중이 가장 높고, 출판·F&B·제조업이 뒤를 잇는다. 고양, 파주, 남양주에 이커머스 거점이 있고, 파주 출판단지를 중심으로 출판 물류 기능이 유지된다. 다만 출판과 제조는 자가 물류센터 비중이 높아 일반 임대시장과는 다른 성격을 보인다.
중부권은 규모는 작지만 수도권 중계 물류 허브로서 성격이 강하다. 3PL과 택배 임차인은 군포복합물류화물터미널과 의왕 물류센터에 집중되어 있다. 2023년 4분기 공급된 안양물류센터에 쿠팡이 임차하면서 이커머스 비중도 소폭 상승했다.
저온 물류센터의 답은 F&B 수요에서 일부 보인다
저온 물류센터는 이번 리포트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봐야 할 영역이다. 공급은 있었지만 수요가 따라오지 못했고, 스펙과 운영 니즈가 맞지 않는 자산은 공실이 장기화됐다. 특히 냉동 중심으로 설계된 자산이 실제 시장에서 원하는 냉장·상온 복합 수요와 맞지 않으면, 단순 임대료 인하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F&B는 중요한 단서다. F&B 업종은 전체 임차 비중 6.9%로 소폭 증가했고, SPC GFS, 제떼, 오뚜기물류서비스, 현대그린푸드, CJ푸드빌 등 식자재 유통 기업이 주요 임차인으로 참여했다. 기타 업체가 66%를 차지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대형 한두 곳이 아니라 여러 식자재·외식 관련 사업자가 다거점 수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F&B 수요 회복은 온라인 식품 거래와도 연결된다. 신선식품, HMR, 급식·외식 회복, 기업 복지 차원의 식자재 운영 강화는 저온 물류센터의 활용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모든 저온 센터가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리포트가 지적하듯 저온센터는 공급 대비 수요 부족이 남아 있어 냉장 중심 구조 전환, BTS 방식, 수요 맞춤 설계가 중요해진다.
블록의 관점: 앞으로의 가치는 면적보다 운영 적합성에 있다
이번 자료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물류센터 가치평가의 축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연면적, 준공연도, IC 접근성, 권역별 공실률 같은 조건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여기에 임차인의 업종, 물류 운영 방식, 재계약 가능성, 설비 전환 가능성이 더해져야 한다.
같은 수도권 물류센터라도 3PL 풀필먼트에 맞는 자산과 저온 공실이 누적된 자산의 가격 논리는 전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투자자와 임대인 입장에서는 세 가지를 우선 점검해야 한다.
- 임차 업종의 성장성: 3PL, F&B, C커머스 관련 수요처럼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물동량과 연결되는가.
- 입지의 기능성: 단순히 서울과 가까운가보다 어떤 배송권역과 산업권역을 동시에 커버하는지가 중요하다.
- 건물 스펙의 전환성: 자동화, 냉장 전환, 상온·저온 복합 운영, BTS 대응이 가능한지 봐야 한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 신규 공급이 줄어드는 2025년 이후에는 좋은 입지와 스펙을 갖춘 기존 자산의 재계약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특히 동부권 우량 상온 자산, 서부권 항만·이커머스 거점, 남부권 제조·유통 복합 입지, 중부권 택배·3PL 허브는 단순 임대료만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운영 프리미엄을 갖는다.
결국 수도권 물류센터 시장은 공급 과잉의 후유증을 지나 수요 맞춤형 자산만 살아남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공실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공실이 아니고, 임차인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안정성이 아니다. 앞으로 가격을 지탱하는 것은 건물의 크기보다 그 안에서 돌아가는 물류의 질이다.
출처: Cushman & Wakefield · 2026 Korea Logistics Market Report
원문 리포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