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데이터센터는 왜 땅 밖과 땅속을 동시에 향하는가
AI는 화면 속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전력과 냉각, 토지를 먹고 자라는 물리 인프라다. 생성형 AI와 초거대 모델이 확산될수록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도시 외곽의 대형 건물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질문은 어디에 지을 것인가에서 어떤 공간을 인프라로 바꿀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 병목은 전력에서 시작해 공간으로 번진다
데이터센터 확장의 첫 번째 제약은 전력이다. 리포트가 인용한 국제에너지기구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수치가 현재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해당한다는 설명은 데이터센터가 더 이상 일부 기술기업의 설비가 아니라 국가 전력망이 감당해야 할 산업 수요로 커졌다는 뜻이다.
이 수요는 균등하게 퍼지지 않는다. AI 학습과 대용량 저장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는 단일 데이터센터 단지가 인구 50만 명 규모 도시에 버금가는 전력을 소비할 수 있다. 이 정도가 되면 전력 수급뿐 아니라 송전 인프라 자체가 병목이 된다. 리포트가 유럽·싱가포르·일본 등에서 신규 인허가가 제한되는 사례를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냉각도 같은 방향으로 압박을 키운다. 서버 랙당 전력 밀도는 200kW에 육박하고, 냉각 비용은 전체 운영 비용의 40~45%를 차지한다. 기존 공랭식 방식은 서버 발열량이 커질수록 비용이 빠르게 상승한다. 특히 1MW급 시설의 냉각탑은 하루 1,200~2,000톤의 냉각수를 소비할 수 있어 물 부족 지역에서는 전력만큼이나 물이 인허가의 핵심 변수가 된다.
부지도 간단하지 않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수천 개의 서버를 수용하기 위해 수십만 제곱미터 규모의 부지를 필요로 한다. 도시 및 산업 인프라가 이미 집적된 국가에서는 전력망과 통신망 가까이에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데이터센터의 한계는 전력, 물, 토지, 주민 수용성, 탄소중립 규제가 한꺼번에 얽힌 공간 문제로 바뀐다.
해저 데이터센터: 바닷물 냉각의 매력과 유지보수의 현실
해저 데이터센터는 가장 직관적인 대안 중 하나다. 바다는 일정한 수온과 높은 열 전달 특성을 갖고 있어 서버에서 발생한 열을 효율적으로 흡수한다. 데이터센터의 비용 구조에서 냉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40~45%에 이르는 상황에서는 자연 냉각을 얼마나 활용하느냐가 사업성의 핵심으로 이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나틱 프로젝트는 이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리포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부터 2년간 스코틀랜드 앞바다에서 수중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버가 탑재된 수중 모듈을 북해 수심 약 36m에 설치해 운영한 결과, 고장률은 지상 데이터센터 대비 8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바닷속이라는 환경이 오히려 진동, 산소 노출, 오염 물질 등 지상 설비의 고장 요인을 줄인 셈이다.

해저 모델은 항만·해안 도시와 궁합이 맞을 가능성이 크다. 대도시 인근의 지상 부지를 새로 확보하기 어렵고, 해저 케이블과 전력 인프라가 가까운 지역이라면 바다를 새로운 냉각 자원으로 쓰는 구상이 가능하다. 리포트는 해저 데이터센터가 이미 안정성과 냉각 효율을 입증한 만큼 중기적으로 항만·해안 도시 중심의 컴퓨팅 인프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해저는 유지보수의 난도가 높다. 서버를 직접 점검하려면 장비를 인양해야 하고, 부식 대응 기술과 수압 안정성도 필요하다. 해저 생태계와의 조화, 해양 규제, 장기 운영 데이터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바다는 냉각비를 낮춰줄 수 있지만, 운영자가 원하는 순간에 자유롭게 들어가 수리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글로벌 참여도 이미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해저 데이터센터 실증을 마치고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리포트는 지난 10월 알래스카 근해에 300MW 규모의 해저 시설 착공 발표가 있었다고 정리한다. 이 시설은 수심 200m 깊이에 컨테이너 형태 서버를 설치하고 해수를 이용해 냉각하는 방식으로 검토된다.
중국은 더 큰 규모의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국영 및 민간 기업 연합이 하이난성 인근 해역 수심 30m 지점에 1,300톤급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며, 지난 10월에는 상하이 인근 해저에 2.3MW급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리포트는 이 구상이 마이크로소프트 나틱 프로젝트의 100배에 가까운 규모라고 설명한다.

한국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해양과학기술원은 2027년 울산 앞바다 수심 30m 지점에 해저 기지를 조성하고 수중 데이터센터 모듈을 설치할 예정이다. 리포트는 이 경우 전력 소모량이 육상 대비 84%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제시한다. 한국처럼 해안 산업도시, 해저 케이블망, 에너지 인프라가 맞물린 국가는 해저 데이터센터를 단순 실험이 아니라 산업 배치 전략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 가장 급진적인 선택지의 장점과 비용
우주 데이터센터는 기술적으로 가장 급진적인 대안이다. 리포트는 우주의 평균 온도를 -270°C로 제시하며, 이 극저온 환경을 활용하면 지상 대비 냉각 에너지 소모량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버 모듈 표면으로 직접 열을 방출할 수 있어 별도 냉각 장치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지상의 공랭식 데이터센터 대비 열 제거 효율이 4~6배 높다는 점도 언급된다.
전력 측면에서도 우주는 강한 매력을 갖는다. 대기층이 없어 태양광 패널의 발전 효율이 지표면 대비 약 6~11배 높고, 기상 조건에 따른 변동성이 낮아 연속적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리포트는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자급률 100%에 가까운 독립적 인프라 구축 가능성을 제시한다. 지상 데이터센터가 부지 확보에 전체 투자 비용의 10~15%를 쓰는 것과 달리 우주에서는 토지 비용과 지역사회 제약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우주 데이터센터의 난점은 장점만큼 크다. 스페이스X 팔콘 9 로켓을 활용해 서버 랙 1대를 발사하는 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고장이 나도 수리 인력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모듈 교체 주기, 예비 서버 비율, 자기 복구 기술을 반영해야 한다. 이는 다시 비용 상승으로 돌아온다.
민간 기업의 구상은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보잉과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들이 2022년 설립한 스타클라우드는 엔비디아 칩을 탑재한 인공위성을 발사해 2026년 궤도상에 5GW급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4km² 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구동 에너지를 수급할 계획이다.
중국의 아다스페이스는 지난 5월 AI 클라우드 기능을 갖춘 위성 12기를 궤도에 발사했고, 2,800기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우주 공간에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EU도 2036년까지 10MW급 우주 데이터센터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다만 리포트의 판단처럼 우주 데이터센터는 높은 발사 비용과 유지보수 문제 때문에 단기 상용화보다는 장기 전략 인프라에 가깝다.
지하 데이터센터: 가장 현실적인 공간 전환
해저와 우주가 눈길을 끄는 대안이라면, 지하는 당장 사업화 가능성이 큰 대안이다. 리포트는 지하 데이터센터가 일정한 온도와 높은 구조적 안정성, 폐광 재활용을 통한 비용 절감이라는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고 본다.
지하 공간은 온도 안정성에서 강점을 가진다. 지하 100m 이상 깊이에서는 외기 온도 변화가 거의 없어 공조 설비의 가동률을 낮추면서 서버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에너지 효율로 이어진다. 폐광이나 과거 산업시설을 개조할 경우 기존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토목 비용도 줄어든다. 리포트는 폐광 인프라 재활용 시 토목 비용을 동일 면적의 지상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 대비 최대 40~50% 절감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북유럽 사례는 지하 모델의 상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노르웨이의 레프달 폐광은 데이터센터로 개조된 뒤 저온 환경과 지하 암반 온도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IBM과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고성능 컴퓨팅 기업들이 입주했고, 100%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사용해 ESG 측면의 경쟁력도 확보했다.
미국의 아이언마운틴은 펜실베이니아의 석회암 광산을 데이터센터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이 시설은 9천 평 규모의 서버 공간과 15MW 이상의 전력 용량을 갖췄다. 석회암 구조의 지하 공간은 온도·습도 안정성과 진동 억제 효과가 뛰어나 장비 고장률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도 붙는다.
지하에도 약점은 있다. 일정한 습도는 장점이지만 절대 습도가 높으면 서버 장비 부식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제습과 환기 시스템이 필수다. 지하 100~300m 깊이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는 광케이블을 인입하는 비용도 부담이다. 리포트는 유럽 지하 데이터센터의 경우 광케이블 인입 비용이 전체 비용의 3~5%를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공간 유형별 장단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구분 | 장점 | 단점 |
|---|---|---|
| 해저 | 자연 냉각으로 운영 비용 절감, 높은 서버 운영 안정성, 빠른 구축 속도 | 유지보수의 어려움, 수압 및 부식 대응 필요, 해양 규제 고려 필요 |
| 우주 | 극저온 환경으로 높은 냉각 효율, 태양광 기반 에너지 자급 가능, 높은 물리적 보안성 | 매우 높은 발사 및 구축 비용, 유지보수가 사실상 불가, 기술에 따라 데이터 전송 지연 문제 발생 |
| 지하 | 일정한 온도 유지로 높은 에너지 효율, 폐광 활용으로 낮은 부지 비용, 물리적 안정성과 높은 보안성 | 습기 및 환기 관리 필요, 통신설비 인입 공사 비용 추가, 일부 갱도 구조 보강 필요 |
이 표가 말하는 핵심은 하나다. 해저, 우주, 지하는 어느 하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공간이 아니다. 사용 목적에 따라 최적 공간을 고르는 분산형 인프라 전략이 필요하다.
부동산 관점: 데이터센터는 입지가 아니라 공간 포트폴리오가 된다
부동산 시장에서 데이터센터는 오랫동안 전력망, 통신망, 세제 혜택, 지가를 따지는 입지 산업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기존 입지 공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고성능 AI 학습에는 대규모 전력과 냉각 효율이 중요하고, 금융·공공·보안 수요에는 물리적 안정성과 보안성이 중요하며, 이용자와 가까운 서비스에는 지연 시간이 중요하다.
리포트가 강조한 변화는 데이터센터 공간의 패러다임이 지상 중심 단일 거점에서 해저·우주·지하로 확장되는 분산형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변화는 부동산 시장에도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다. 기존에는 넓고 싼 땅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폐광, 해안, 항만, 지하 방공호, 해저 케이블 접속지, 재생에너지 인접지처럼 기존 용도에서는 저평가되던 자산이 데이터 인프라 후보지로 재해석될 수 있다.
특히 폐광은 한국에서 주목할 만하다. 리포트는 전국에 300개 이상의 폐광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 공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일부 지역을 고부가가치 산업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 물론 모든 폐광이 바로 데이터센터 후보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력 접속, 통신망 인입, 구조 안정성, 습도 관리, 접근성, 지역 인허가가 모두 맞아야 한다. 그러나 버려진 산업공간을 디지털 인프라로 전환한다는 방향성은 지역 재생과 산업 전환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
해안과 항만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해저 데이터센터가 중기적으로 확산된다면 항만·해안 도시는 물류 인프라에 더해 컴퓨팅 인프라의 입지를 갖게 된다. 울산 앞바다 실측과 해저 기지 계획은 이 관점에서 중요하다. 전통 제조업 기반 도시가 AI 인프라와 결합할 경우, 산업단지 전력망·해양 인프라·데이터 수요가 한 묶음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우주는 단기 부동산 시장과 직접 연결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상 부동산의 제약을 우회하는 경쟁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발사 비용, 유지보수, 데이터 전송 지연이 크기 때문에 지상·해저·지하 데이터센터를 대체하기보다는 특수 목적의 고효율·고보안 인프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한국의 선택지는 실증과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
한국은 데이터센터 공간 확장 분야에서 여러 자산을 갖고 있다. 리포트는 폐광 자원, 해저 케이블망, 우주 기술 역량을 전략적 잠재력으로 제시한다. 동시에 정부가 최근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을 위해 2030년까지 4천억 원 규모의 AI 서버·인프라 개발 사업을 승인했고, 이 사업에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도 포함됐다고 설명한다.
정책 과제는 단순히 돈을 투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해저 데이터센터는 해양 규제와 환경 기준, 전력 연계, 해저 케이블 접속 기준이 필요하다. 지하 데이터센터는 폐광 소유·활용 체계, 구조 안전, 통신 인입, 습도 관리 기준을 정리해야 한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발사·궤도·데이터 전송·우주 파편 위험 같은 훨씬 긴 기술 로드맵이 필요하다.
- 단기적으로는 폐광 기반 지하 데이터센터가 가장 현실적인 실증 대상이다.
- 중기적으로는 해저 데이터센터가 항만·해안 도시 인프라와 결합할 수 있다.
- 장기적으로는 우주 데이터센터가 에너지 자급과 냉각 효율을 갖춘 전략 인프라로 검토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세 공간을 경쟁 관계로만 보지 않는 일이다. 데이터센터 수요는 AI 학습, 저장, 백업, 보안, 저지연 서비스 등으로 세분화된다. 각 수요는 요구하는 입지와 공간 조건이 다르다. 따라서 앞으로의 데이터센터 개발은 하나의 거대한 부지를 찾는 방식보다, 전력·냉각·보안·지연 시간에 맞춘 공간 포트폴리오를 짜는 방식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블록의 관점에서 보면 이 변화는 부동산의 범위를 넓힌다.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땅 위 건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다 아래, 폐광 안, 장기적으로는 궤도 위까지 인프라 입지의 범주가 확장되고 있다. AI가 커질수록 가장 먼저 부족해지는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전력과 냉각, 그리고 그것을 담을 공간이다. 그 공간을 누가 먼저 제도화하고 사업화하느냐가 다음 데이터 인프라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출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 [KB지식비타민] 데이터센터의 공간 확장, 해저-우주-지하의 새로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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