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는 얼어붙고, 돈은 더 좋은 건물로 몰린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거래는 줄었지만, 시장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며, 움직이는 돈은 더 까다롭게 대상을 고르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시장의 핵심은 회복의 시작이 아니라 차별화의 심화에 가깝다.
금리 인하 기대와 공급 감소 가능성은 분명 우호적인 재료다. 그러나 부동산 PF 부실, 경기 둔화 우려, 자산 가격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투자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래서 같은 상업용 부동산이라도 오피스, 물류센터, 상가, 오피스텔, 중소형 빌딩, 데이터센터의 표정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거래 부진 속에서도 선명해진 우량 자산 쏠림
2024년 1분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 건수는 1.1만 건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한 수준이며, 2021년 고점인 2.4만 건과 비교하면 54.2% 줄어든 수치다. 거래량만 보면 시장의 체력은 아직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거래의 질을 보면 다른 장면이 보인다. 지역별로는 서울, 자산 유형별로는 오피스의 비중이 높아졌다. 최근 3년 거래 총액 비중을 보면 서울은 2022년 42.3% → 2023년 40.4% → 2024년 1분기 52.5%로 뛰었고, 오피스는 17.4% → 18.5% → 24.2%로 높아졌다.
거래가 줄어든 시장에서 투자자는 더 넓게 움직이지 않고, 더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자산으로 좁혀 들어가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서울 선호가 강해졌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투자자는 유동성, 임차 안정성, 가격 방어력을 중시한다. 그 조건을 상대적으로 잘 충족하는 자산이 서울 핵심 입지와 오피스다. 2024년 1분기 상업용 부동산 평균 매매가격이 지난해 연말 대비 3.5% 상승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시장 전체가 강해서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고가의 우량 자산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진 결과에 가깝다.

| 지표 | 2024년 1분기 또는 최근 수치 | 의미 |
|---|---|---|
| 상업용 부동산 거래 건수 | 1.1만 건 |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 |
| 2021년 고점 대비 거래 건수 | -54.2% | 거래 침체 장기화 |
| 서울 거래 총액 비중 | 52.5% | 우량 입지 쏠림 강화 |
| 오피스 거래 총액 비중 | 24.2% | 자산 유형 중 오피스 선호 확대 |
| 평균 매매가격 | 지난해 연말 대비 3.5% 상승 | 고가 우량 자산 중심 거래 영향 |
공급 측면에서도 시장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보인다. 상업용 부동산 건축 허가와 착공은 2021년을 전후로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2023년에는 건축허가 33.5㎢, 착공 17.9㎢로 낮아졌다. 공급 감소는 중장기적으로 수급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동시에 PF 경색과 공사비 부담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는 신호이기도 하다.
오피스: 낮은 공실률이 만든 가장 단단한 축
상업용 부동산 중 가장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자산은 오피스다. 신규 공급 증가와 경기 침체 우려에도 서울 오피스 임대시장은 견조하다. 리포트는 최근 1년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을 2.88%로 제시한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4.81%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오피스 임대 수요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한국의 낮은 재택근무 비율과 사무공간 사용 구조가 있다. 2023년 평균 재택근무 일수는 0.4일로 글로벌 평균 0.9일보다 낮다. 또 1인당 사무실 점유 면적은 2010년 4평에서 2020년 4.4평으로 증가했다. 기업들이 사무공간을 급격히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서울 오피스의 최근 1년 평균 공실률 2.88%는 신규 공급 우려에도 임대 수요가 아직 충분하다는 신호다.
임대시장이 안정적이면 매매시장도 버틸 여지가 생긴다. 2023년에는 고금리 장기화와 거시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오피스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총액도 줄었다. 그러나 리포트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매매가격, 올해 1분기 이후 거래총액이 반등하면서 매매 지표도 다소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오피스 시장을 볼 때 중요한 포인트는 세 가지다.
- 임대료와 공실률: 임차 수요가 유지되면 금리 부담 속에서도 자산 가치 방어가 가능하다.
- 대규모 공급 제한: 단기간 공급 쇼크가 크지 않으면 우량 오피스 희소성이 유지된다.
- 투자자 선호: 불확실한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현금흐름이 명확한 자산에 자금이 먼저 돌아온다.
다만 모든 오피스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핵심 업무지구, 안정적인 임차인, 노후화 수준, 향후 리모델링 비용에 따라 가격 회복 속도는 갈릴 수 있다. 결국 오피스에서도 시장의 언어는 하나다. 좋은 입지의 좋은 건물은 버티고, 애매한 자산은 더 오래 검증받는다.
물류센터: 수요는 성장하지만 공급 후유증이 남았다
물류센터는 상업용 부동산 중 가장 뚜렷한 성장 서사를 가진 자산이었다. 온라인 소비 확대와 이커머스 성장으로 물류 수요가 빠르게 커졌기 때문이다. 전국 택배 물동량은 2021년 36.3억 박스, 2022년 41.2억 박스, 2023년 48.6억 박스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각각 8%, 14%, 18%로 높았다.
문제는 수요만큼 공급도 너무 빠르게 늘었다는 점이다. 2021년 이후 물류센터 공급이 급증했고, 2023년에는 공급 규모가 270만 평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A급 물류센터 공실률은 2021년 1% → 2022년 10% → 2023년 19%로 상승했다.

물류센터 시장의 핵심은 수요 부진이 아니라 공급 속도 조절이다. 2024년 이후 공급량이 줄어들면 수급 불균형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 고금리 장기화, 공사비 인상, PF 부실로 미착공 물량이 늘어날 경우 공급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고, 이는 공실 안정화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온도 차는 크다. 리포트는 2023년 기준 상온 물류센터 공실률을 11%, 저온 물류센터 공실률을 42%로 제시한다. 저온 물류센터는 특화 설비와 운영비 부담이 크고, 임차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어 공실 리스크가 더 오래 남을 가능성이 높다.
| 구분 | 2023년 공실률 | 해석 |
|---|---|---|
| 상온 물류센터 | 11% | 수급 부담은 있으나 상대적으로 완화 가능성 |
| 저온 물류센터 | 42% | 단기간 공실 리스크 지속 가능성 높음 |
| A급 물류센터 전체 | 19% | 2021년 1% 대비 급등 |
물류센터는 여전히 구조적 수요가 있는 자산이다. 그러나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성장 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물류센터를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입지, 온도대, 임차인 신용도, 준공 시점, 경쟁 공급이 투자 판단의 핵심이다.
상가와 오피스텔: 생활형 자산의 회복은 더 느리다
상가는 소비 회복이라는 긍정적 신호와 상권 약세라는 부정적 현실이 동시에 나타난다. 팬데믹 이후 소매판매액지수는 백화점과 무점포소매업 중심으로 회복됐지만, 대형마트·슈퍼마켓·편의점·전문소매업은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였다. 소비가 돌아와도 모든 오프라인 상권으로 고르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장 부담스러운 지표는 공실률이다. 2024년 1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7.3%로, 팬데믹 이전 약 5.0%는 물론 팬데믹 기간 약 6.0%보다 높았다.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18년 4.7%, 2020년 5.6%, 2022년 6.4%, 2024년 7.3%로 꾸준히 높아졌다.
소비가 회복돼도 동네 상가의 빈 점포가 줄지 않는다면, 상권 회복은 아직 체감 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것이다.

상가 투자수익률도 부담스럽다. 2022년 이후 기준금리 인상으로 크게 하락한 투자수익률은 최근 소폭 회복됐지만, 여전히 과거 대비 낮다. 리포트가 제시한 소규모 상가 투자수익률은 2022년 1분기 1.47% → 2023년 1분기 0.58% → 2024년 1분기 0.96%다.
| 시점 | 소규모 상가 투자수익률 |
|---|---|
| 2022년 1분기 | 1.47% |
| 2023년 1분기 | 0.58% |
| 2024년 1분기 | 0.96% |
오피스텔도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분기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0.7만 호로, 2021년 1분기 1.6만 호 대비 54.8% 감소했다. 2024년 3월 매매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하락했고, 2022년 9월 이후 14개월 연속 하락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재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매수 심리도 함께 약해진다. 특히 중대형 오피스텔은 주택 경기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반면 임대수익 목적의 투자 수요가 많은 소형 오피스텔은 임대 수요 기반이 양호한 우량 자산 중심으로 회복 여지가 남아 있다.
규모별 임대수익률은 2024년 3월 기준 그래프상 초소형 5.76%, 소형 5.31%, 중형 4.60%, 중대형 3.63%, 대형 3.29%로 표시된다. 가격 상승 기대가 약할수록 투자자는 현금흐름을 더 따지게 되고, 이때 작은 면적대의 임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중소형 빌딩: 거래 회복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의 질이다
서울 중소형 빌딩, 이른바 꼬마빌딩 시장은 일부 회복 신호를 보였다. 2024년 1분기 거래총액은 1.6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8% 증가했다. 그러나 리포트는 이 증가가 투자 선호도가 낮은 권역의 저가 매물 중심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거래총액이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시장이 강해졌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 중소형 빌딩 거래총액 변동률은 권역별로 모두 증가했다. 도심권 47.4%, 동남권 27.2%, 동북권 57.5%, 서남권 74.0%, 서북권 82.2%다. 하지만 평균 매매가격은 2023년 1분기 91.9억 원 → 2분기 106.2억 원 → 3분기 94.0억 원 → 4분기 97.6억 원 → 2024년 1분기 85.6억 원으로 낮아졌다.

권역별 가격 흐름은 더 선명하다. 2024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가격 변동률은 도심권 1.2%, 동남권 2.4%로 플러스였지만, 동북권 -0.3%, 서남권 -3.5%, 서북권 -2.1%는 하락했다.
| 권역 | 2024년 1분기 가격 변동률 |
|---|---|
| 도심권 | 1.2% |
| 동남권 | 2.4% |
| 동북권 | -0.3% |
| 서남권 | -3.5% |
| 서북권 | -2.1% |
여기서 중요한 결론은 거래 회복과 가격 회복은 다르다는 점이다. 거래가 늘어도 저가 매물 위주라면 시장의 가격 체력은 약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부동산 호황기에 오른 가격에 대한 부담, 공실률 증가 우려, 자산 가치 하락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투자자는 쉽게 공격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다만 투자 여건이 모두 나빠진 것은 아니다. 2024년 1분기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8.4%로 팬데믹 이전 수준인 7~8%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강남 공실률은 그래프상 7.8%, 도심은 14.0%로 표시돼 권역별 차이가 여전하다. 중소형 빌딩은 건물 자체보다 권역과 임차 구조가 더 중요해진 시장이다.
데이터센터: 상업용 부동산 안의 다른 성장 곡선
데이터센터는 다른 상업용 자산과 결이 다르다. 오피스, 상가, 오피스텔이 금리와 경기, 소비 흐름에 민감하게 흔들리는 반면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인프라 수요가 핵심 동력이다. 빅데이터, AI 시장, 무선 트래픽 증가가 수요를 밀어 올리고 있다.
리포트의 수요 변화 전망 그래프는 2023년과 2025년 비교치를 제시한다. AI 시장은 1.3조 원에서 1.9조 원, 빅데이터 시장은 2.7조 원에서 3.3조 원, 무선 트래픽은 65만TB에서 101만TB로 증가하는 흐름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단기 유행이 아니라 사용량 증가에 기반한 구조적 수요임을 보여준다.

공급도 늘어날 예정이다. 국내 데이터센터 공급 추이 및 전망 그래프는 2023년 40개, 2027년 74개를 표시한다. 하지만 예정 물량이 모두 계획대로 준공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리포트는 PF 시장 위축, 전력 부족, 민원 증가 등으로 공급 건수가 예상치를 하회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소규모 데이터센터의 차이는 투자 판단에서 중요하다. 리포트의 비교 표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 구분 | 대규모 데이터센터 | 소규모 데이터센터 |
|---|---|---|
| 규모 | 토지 면적 약 2,000~3,000평, 연면적 약 1만 평 | 빌딩 내 3~4개 층 임차, 연면적 약 300평 |
| 개발 기간 | 평균 24~30개월 | 평균 3~6개월 |
| 전력 용량 | 40MW | 2~5MW |
| 전력 수신 절차 | 대용량 수신 예정 통지, 한전 사전 검토 회신, 전기 사용 신청, 공급 방안 검토 회신, 전기 사용자 계약 체결 | 전기 사용 신청, 한전 공급 방안 검토 회신, 전기 사용자 계약 체결 |
| 민원 정도 | 전자파 및 소음 관련 민원 많음 | 주변 민원 적음 |
수도권은 정부의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으로 신규 공급이 제한될 수 있고, 비수도권은 인력 수급과 운영상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여기에 생성형 AI 확산과 클라우드 도입 증가가 겹치면 장기적으로 초과 수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대형 개발만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도심 내 소규모 데이터센터, 전력 부담을 낮추는 냉각 기술, 친환경에너지 사용이 점점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상업용 부동산이 입지와 임차인을 보는 시장이었다면, 데이터센터는 여기에 전력과 인허가, 지역 수용성이라는 변수를 추가해야 한다.
블록의 관점: 하반기 키워드는 회복보다 선별이다
2024년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낙관과 비관 중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거래량은 부진하고 PF 불안은 남아 있다. 그러나 오피스처럼 임대 수요가 견조한 자산은 매매시장 회복 가능성을 보이고, 데이터센터처럼 구조적 수요가 있는 자산은 장기 성장성이 부각된다.
반대로 상가와 오피스텔은 생활 소비와 주택시장 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회복 속도가 더디다. 물류센터는 수요는 성장하지만 과잉 공급의 후유증을 소화해야 한다. 중소형 빌딩은 거래가 일부 돌아왔지만 가격의 질과 권역별 차이를 따져봐야 한다.
정리하면 하반기 시장에서 확인해야 할 변수는 다음과 같다.
- 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 자본환원율과 투자수익률 회복의 출발점이다.
- PF 부실 정리 속도: 공급 감소와 사업 지연을 동시에 만들 수 있다.
- 공실률의 방향: 임대시장의 체력이 자산 가격을 방어하는 핵심이다.
- 권역별 양극화: 서울 안에서도 도심권·동남권과 그 외 권역의 흐름이 다르다.
- 구조적 수요 여부: 데이터센터와 오피스처럼 실사용 수요가 견조한 자산이 먼저 주목받는다.
결국 지금 시장은 “싸졌으니 산다”가 통하지 않는 구간이다. 가격이 낮아진 이유가 일시적 유동성 문제인지, 임대 수요 약화와 입지 경쟁력 저하 때문인지 구분해야 한다. 반대로 가격이 버티는 자산도 단순히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배제하기 어렵다. 불확실성이 높은 장에서는 좋은 자산의 프리미엄이 더 오래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상반기의 상업용 부동산은 회복 전야라기보다 체질 검사의 시기다. 거래 감소는 시장의 침묵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우량 자산과 취약 자산의 간격이 더 벌어지고 있다. 하반기 투자 판단의 핵심은 시장 전체의 반등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산이 공실과 금리, 공급 부담을 견딜 수 있는지를 가려내는 데 있다.
출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 KB상업용부동산시장 리뷰 - 2024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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